
결론부터 말하면 상황에 따라 답이 완전히 갈린다. 상속(사망으로 재산이 넘어갈 때)은 한국 상속세와 미국 세금을 양쪽에서 매길 가능성이 실제로 있다. 반면 생전 증여(살아있을 때 자녀 등에게 넘길 때)는 미국 쪽 세금이 대체로 발생하지 않는다. 같은 “미국 주식을 물려준다”는 행위인데도 상속과 증여에서 미국 세법의 결론이 정반대로 갈리는 게 이 글의 핵심이다. 다만 미리 밝혀두면, 이게 “그러니 증여가 항상 유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 한국 증여세, 나중에 되팔 때의 양도소득세 취득가액, 명의이전 절차까지 함께 봐야 실제 유불리를 판단할 수 있다.
이 글에서 다루는 미국 유산세·증여세 기준은 한국에 거주하면서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을 전제로 한다. 여기서 “거주자” 여부는 소득세처럼 체류일수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미국 상속·증여세법상 “domicile”(주소·정주 의사) 개념으로 판단하므로, 실제로는 개인의 체류 이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상속과 증여, 완전히 다른 문제다
먼저 용어부터 분리해야 한다. 상속은 사망을 계기로 재산이 넘어가는 것이고, 증여는 살아있는 동안 재산을 넘기는 것이다. 한국 세법에서는 둘 다 “무상으로 재산이 넘어간다”는 점에서 상속세및증여세법이라는 같은 법으로 묶여 있고 세율 구조도 똑같다. 하지만 미국 세법에서는 이 둘이 전혀 다르게 취급된다 — 그래서 이 글도 상속과 증여를 섞지 않고 완전히 나눠서 설명한다.
상속 — 미국 유산세부터 확인해야 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이 미국 배당주를 보유한 채 사망하면, 한국은 전 세계에 있는 재산(미국 주식 포함)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매긴다. 그런데 동시에 미국도 세금을 매길 수 있다. 미국 연방법 또는 주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의 주식은, 주권이나 증권계좌가 실제로 어디에 있든(한국 증권사 계좌라도) 미국 유산세상 미국 소재 재산으로 취급되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배당주”라는 말에는 미국 법인 주식뿐 아니라 ADR(외국 기업 주식예탁증서)이나 ETF도 섞여 있을 수 있는데, 외국 법인의 ADR은 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사망일 현재 미국 소재 총재산(공제 전 금액)이 6만 달러를 초과하면, 원칙적으로 Form 706-NA 신고 대상이 된다. 이건 단순한 “면세 기준”이 아니라 신고 의무 자체를 판단하는 문턱이라서, 채무·비용 공제 후 실제 납부세액이 0이더라도 신고 의무는 발생할 수 있다. 기본 신고기한은 사망일로부터 9개월이며(연장 가능한 경우도 있다), 미국 시민권자·미국에 domicile을 둔 사람에게 적용되는 큰 폭의 기본공제(2026년 기준 1,500만 달러 수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는 일반적인 비거주·비시민권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비거주·비시민권자는 대신 1만 3천 달러의 세액공제를 받는데, 이게 대략 6만 달러의 미국 소재 과세유산에 대응하는 것이다.
한미 상속세 조세조약은 없다
여기서 중요한 정정이 필요하다. 한미 간에는 소득세 조세조약이 있어서 배당에 대한 원천징수가 15%로 낮아진다는 건 이미 다룬 적이 있는데, 상속·증여세는 완전히 별개의 조약 문제다. IRS가 상속·증여 관련 조약 규정이 있는 나라로 안내하는 건 호주·오스트리아·덴마크·프랑스·독일·일본·영국 등 16개국인데, 한국은 이 목록에 없다(참고로 이 16개국도 조약 형식과 적용 세목이 나라마다 달라, “16개국은 전부 같은 조건”이라고 보면 안 된다). 즉 “한미 조세조약이 있으니 상속세도 조정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 상황에서는 조약에 의한 조정보다, 한국 국내법(상속세및증여세법)상 외국납부세액공제가 주된 이중과세 조정 수단이 된다.
앞서 설명한 6만 달러 신고 기준과 Form 706-NA는 사망 시 적용되는 미국 유산세 규정이다. 뒤에서 다룰 생전 증여에는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 상속과 증여를 헷갈리지 않도록 미리 구분해둔다.
한국 쪽 상속세는 어떻게 계산되나
한국 거주자가 사망하면 국내외 재산을 모두 합산해 상속세를 계산한다. 세율은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10~50%의 5단계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 1억원 이하 10%,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20%(누진공제 1천만원),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30%(누진공제 6천만원),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40%(누진공제 1억6천만원), 30억원 초과 50%(누진공제 4억6천만원)다. 누진공제액이 있는 건 전체 재산에 해당 구간 세율이 한꺼번에 곱해지는 게 아니라, 구간별로 나눠 계산한 결과와 같아지도록 보정해주는 값이기 때문이다. 상속세 신고기한은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이며, 국외 주소 요건에 해당하면 9개월로 늘어난다.
이중과세, 실제로 얼마나 조정되나
같은 미국 주식에 대해 미국에서 유산세를 냈더라도, 그 세금을 한국이 그대로 돌려주는 제도는 아니다. 대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한국 상속세 신고 시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데, 이건 한국에서 계산한 상속세 중 그 해외재산에 대응하는 부분(공제한도) 안에서만 빼주는 방식이다. 즉 미국에 낸 세금 전액이 한국 세액에서 그대로 차감되는 게 아니라, 공제한도를 넘는 부분은 결국 이중으로 부담할 수 있다. 외국납부세액공제신청서는 한국 상속세 신고와 함께 제출하는 게 원칙이라, 미국 쪽 신고·납부 증빙을 미리 확보하고 양국 신고 일정을 맞춰야 한다. 미국 신고기한(9개월)이 한국 신고기한(6~9개월)과 비슷하게 맞물려 있어서, 실제로는 두 나라 신고를 거의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일정이 어긋나면 사후 경정청구 같은 절차가 필요할 수도 있다.
생전 증여는 다르다 — 미국 증여세는 대체로 없다
상속과 달리 생전 증여는 미국 쪽 세금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고 미국에 domicile도 없는 사람이 주식 같은 무형자산을 생전에 증여하면, 원칙적으로 미국 증여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미국 세법 IRC §2501(a)(2)). 반면 미국에 있는 부동산이나 실제로 미국에 소재하는 유형 자산을 증여하는 경우는 미국 증여세 대상이 될 수 있고, 국적 포기자에 대한 별도 규정 등 예외도 있다.
그래서 부모가 한국에 거주하면서 자녀에게 미국 주식을 생전에 증여하는 경우, 미국 쪽 증여세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게 “증여가 상속보다 항상 유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 미국 증여세가 없어도 한국 증여세, 나중에 그 주식을 팔 때의 양도소득세 취득가액, 계좌 명의이전 절차, 이후 배당에 붙는 세금까지 전부 따져봐야 실제 유불리를 알 수 있다. 한국 증여세율은 상속세와 마찬가지로 10~50% 누진 구조이고, 직계존속이 성년 자녀에게 증여할 때는 10년 합산 5,000만원(미성년 자녀는 2,000만원)까지 공제된다(증여일 현재 성년 여부 기준). 혼인·출산 관련 별도 공제(1억원)도 있지만 이건 일반적인 자녀 증여 공제와는 요건이 다르므로 섞어서 계산하면 안 된다. 증여세 신고기한은 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실제로 증여하려면
“계좌를 증여한다”는 표현을 쓰지만, 실제로는 계좌 자체가 아니라 그 안의 현금이나 주식의 소유권을 자녀 본인 명의로 옮기는 절차다.
- 현금 증여: 부모 계좌에서 자녀 본인 명의 계좌로 송금 → 증여계약서·이체 내역 보관 → 필요 시 홈택스 신고 → 자녀가 본인 계좌에서 직접 매수
- 주식 현물 증여: 자녀 명의 증권계좌 개설 → 증권사의 대체출고·입고 절차 확인(증권사·상품별로 지원 여부·수수료·처리일이 다르므로 계좌를 개설한 증권사에 직접 확인 필요) → 증여일 확정 → 평가액 산정 → 홈택스 신고
여기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있다. 상장주식의 증여 평가액은 증여 당일 주가나 앱에 표시된 평가금액을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원칙적으로 증여일 전후 각 2개월(총 4개월)의 최종시세가액 평균으로 산정한다. 미국 주식은 여기에 두 가지가 더 필요하다 — 달러로 형성된 가격을 원화로 환산하는 절차, 그리고 이 평균 계산 자체가 증여 시점에 바로 확정되지 않고 이후 2개월치 가격이 더 쌓여야 최종 확정된다는 점이다(그래서 증여일 당일에 “이번 증여가 얼마짜리인지” 바로 알 수 없다). ADR·거래정지·상장폐지 종목처럼 가격 형성이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미성년 자녀라면 법정대리인 관련 서류도 추가로 필요하다. 이체증·증여계약서·거래내역·평가 산정자료는 나중에 자금출처나 취득가액을 입증할 때 필요할 수 있으니 보관해두는 게 안전하다.
실전 체크리스트
- 내가 다루는 게 “상속”(사망 시 이전)인지 “증여”(생전 이전)인지부터 구분한다 — 미국 쪽 세금 결론이 정반대로 갈린다
- 상속이라면 미국 소재 재산(미국 법인 주식 포함)이 6만 달러를 넘는지 확인하고, 넘으면 Form 706-NA 신고 대상임을 인지한다
- “한미 조세조약이 있으니 상속세도 조정되겠지”라고 넘겨짚지 않는다 — 상속·증여세 조약은 없다
- 생전 증여라면 한국 증여세(10년 합산 공제 한도)를 먼저 확인한다
- 주식을 증여할 계획이면 평가액이 증여일 당일 시가가 아니라 전후 2개월 평균이라는 점을 미리 감안한다
- 금액이 크거나 상속이 임박한 상황이라면, 이 글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국제 상속·증여를 다뤄본 세무사와 함께 확인한다
- “미국 증여세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증여가 상속보다 항상 유리하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 한국 증여세, 나중에 팔 때의 양도세, 명의이전 절차까지 종합해서 봐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미국 배당주를 자녀에게 생전에 증여하면 미국에 세금을 내야 하나요? 대체로 아니다. 비거주 외국인이 주식 같은 무형자산을 증여하는 경우 미국 증여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한국 증여세는 별도로 적용된다.
Q. 부모가 미국 주식을 보유한 채 돌아가시면 무조건 미국에도 세금을 내나요? 미국 소재 재산(미국 법인 주식 포함)이 사망일 기준 6만 달러를 넘으면 원칙적으로 신고 대상이 된다. 넘지 않으면 신고 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Q. 미국에 낸 세금을 한국에서 이중으로 또 내야 하나요? 같은 재산에 대해 미국에 낸 유산세는 한국 상속세 신고 시 외국납부세액공제로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전액 환급이 아니라 해당 재산에 대응하는 한국 세액 한도 안에서만 공제된다.
Q. 이 글에서 다룬 기준은 항상 똑같이 적용되나요? 아니다. 여기 정리한 금액·세율·기준은 이 글 작성 시점 기준이며, 실제 적용 여부는 거주 상태·재산 규모·증여 이력 등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금액이 클수록 세무 전문가 확인이 꼭 필요하다.
투자로 모은 자산을 어떻게 배치할지는 17편에서, 자산 증여 후 매도할 때의 양도소득세는 11편에서 각각 더 깊이 다뤘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세무·법률 자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상속·증여세는 개인의 거주 상태, 재산 규모, 증여 이력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므로, 실제 상속·증여를 계획하고 있다면 국제 상속·증여 경험이 있는 세무사·회계사와 반드시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 제시된 금액·세율·기준은 작성 시점 기준이며 이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